EP3. 통장 쪼개기, 실패와 성공 사례 – ‘돈이 흐르지 않게 통제를 배운 과정’

2025. 6. 9. 12:00제테크/돈 관리

돈을 모아야겠다 싶으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 바로 이거다.
“통장 쪼개세요.”

근데 말은 쉽지, 해보면 은근 어렵다. 나도 처음엔 ‘통장을 여러 개 만들면 돈이 알아서 잘 모이겠지’ 했다가… 혼만 났다. 지금은 제대로 정착했지만, 그 사이 시행착오도 꽤 있었다. 오늘은 내가 직접 겪은 통장 쪼개기의 실패와 성공 사례를 나눠보려고 한다.


실패 사례 1: 목적이 애매한 통장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

통장을 처음 쪼갤 때 ‘통장이 많을수록 전문성 있어 보인다’는 이상한 착각이 있었다.
그래서 만든 게 이거다.

  • 고정비 통장
  • 생활비 통장
  • 투자금 통장
  • 비상금 통장
  • 여행자금 통장
  • 연간계획 통장
  • 단기목표 통장
  • 외식비 통장…

문제는 이 통장들이 내 월급 수준과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각에 5~10만 원만 넣고 나면 정작 실제로 쓸 생활비가 부족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에이 귀찮다…” 하며 통장 옮겨다니는 걸 포기했고, 쪼개기는커녕 한 통장에서 모든 돈을 출금하는 전근대적 생활로 돌아갔다.

결론: 목적 없는 통장 분리는 오히려 돈 흐름만 복잡하게 만든다.


실패 사례 2: 자동이체를 안 했다

통장을 쪼개기만 하고 이체를 수동으로 하다 보니, 항상 까먹었다. “다음 주말에 해야지” 하다가 잊고, 다음 월급날이 오고… 결국 통장들은 그대로 비어 있었다.
‘통장을 쪼개기만 하면 끝’이 아니라, 자동으로 돈이 흐르도록 만드는 게 진짜 핵심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성공 사례: 기능 중심 4통장 시스템

여러 번 망하고 나서야 내가 만든 구조는 단순하고 강력했다.
기능 중심의 4통장 시스템, 지금도 쓰고 있는 방식이다.

  1. 수입 통장 (월급 입금 통장)
    월급이 들어오는 유일한 통장이다. 이곳은 그저 돈을 받아들이는 통로일 뿐.
    2일 이내로 자동이체로 다른 통장으로 돈이 빠져나가며 이 계좌는 텅텅 비게 된다.
  2. 소비 통장 (생활비, 카드 연결)
    식비, 교통비, 옷, 인간관계 등 일상 소비는 모두 여기서.
    월 한도는 정해져 있고, 초과되면 그 달은 ‘강제 절약 모드’로 들어간다.
    신용카드도 여기서 빠지도록 세팅해놔서 절대 초과사용 불가.
  3. 저축·투자 통장
    ISA, 연금, 청약 모두 이 계좌로 자동이체된다. 한 달에 총 60~80만 원 수준.
    이 계좌는 **‘쓰지 않는 곳’**이라는 강력한 룰이 있다.
    즉, 비밀번호도 따로 관리하고, 앱에서도 홈화면에서 제거했다.
  4. 비상금 통장
    단 100만 원. 휴대폰 고장, 갑작스러운 병원비 등에만 쓰는 계좌.
    사용 시 메모 필수, 2주 이내에 반드시 다시 채워넣기.
    이건 단순한 돈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의 역할을 한다.

통장 쪼개기의 진짜 목적은 ‘지출 통제’다

돈이 모이지 않는 이유는 ‘얼마 벌었는지’보다 ‘어디에 썼는지를 모른다’는 데 있다.
통장을 쪼개면 지출 흐름이 자동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내가 어느 쪽에 돈을 많이 쓰고 있는지 보인다.

한 번은 소비 통장에서 돈이 빨리 빠져나가는 걸 보고 내가 점심을 너무 자주 배달로 시킨다는 걸 자각했고, 이후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통장 자체가 지출에 대한 경고등 역할을 해준다.


결론: 무조건 단순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을 만들자

통장은 많이 쪼갤수록 좋다는 건 오해다. 핵심은 내가 실제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인지 아닌지다.
통장이 아무리 많아도 직접 옮기고 계산해야 한다면, 결국 그 시스템은 오래 못 간다.

→ 내 경험상, 3~4개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 통장 사이에 자동이체라는 명확한 흐름이 설정되어야 한다.


지금 돈이 안 모인다면, ‘내가 돈을 관리할 수 없는 구조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먼저 의심해보자.
통장 쪼개기, 그 단순한 시스템 하나만으로도 내 통제력이 얼마나 강해지는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