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26. 18:18ㆍ주절주절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설득’이 필요한 순간이 자주 온다.
회의 중에 내 의견을 반영해야 할 때,
같은 팀 동료의 실수에 조심스럽게 피드백을 해야 할 때,
혹은 부서 간 협업에서 서로 입장이 다를 때.
그럴 때마다 느낀다.
말을 잘한다고 설득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
설득은 말보다 ‘기분’의 문제인 것 같다.
기분이 상하면 내용이 맞아도 안 들리고,
기분이 좋으면 조금 불편한 얘기도 수용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가능한 갈등 없이, 무리 없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쪽으로 방식을 바꾸고 있다.
몇 가지 패턴이 쌓이니, 확실히 예전보다 부딪히는 일이 줄었다.
1. “왜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먼저 듣기”
상대의 의견을 바꾸고 싶을 때,
예전엔 곧바로 내 생각부터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대화가 일방적이 되고,
상대는 '내 말은 틀렸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신 이유가 궁금해요.”
“그 방향으로 생각하신 배경이 있을까요?”
이 질문을 먼저 던지면
상대는 자신의 논리를 차분히 설명하게 되고,
나는 그 안에서 합의점을 찾을 단서를 얻는다.
그리고 상대는 '내 얘기를 먼저 들어줬다'는 감정을 갖게 되기 때문에
그 후에 내 의견을 꺼내도 훨씬 부드럽게 받아들인다.
2. 반대할 때는 “이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기
직장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상대의 의견을 반박해야 할 때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이 방향은 좀 비효율적이죠’
이런 말은 맞더라도, 쉽게 감정의 골을 만든다.
그럴 땐 말투 하나만 바꿔도 다르다.
❌ “그 방식은 문제 있어요.”
⭕ “그 방식도 가능한데,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 “그거는 비효율적이에요.”
⭕ “그거도 한 방향인데, 다른 방식으로 풀면 이런 장점이 있어요.”
**‘제안형 말투’**는 말의 날카로움을 줄이고,
상대가 반박을 방어하는 자세 대신
함께 고민해보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게 만든다.
3.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
설득이라는 게
결국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려는 행위가 되기 쉬운데,
의외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게
상대의 마음을 여는 데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한다.
“제가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런 방식도 한번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이 말 속엔
“당신 말도 일리 있다”는 존중이 담겨 있다.
상대는 그 한 문장 때문에 방어를 풀고,
자신의 논리를 스스로 재점검하게 된다.
설득은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방향을 바꾸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4. 결과보다 ‘관계’에 무게를 두기
어떤 주제든 결국 일이긴 하지만,
회사에서 중요한 건 결과뿐 아니라 관계다.
하나의 안건에서 이기더라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면, 결국 다음에 협업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중요한 결정이 걸린 설득일수록
나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 설득으로 관계는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이건 진짜 고집부려야 할 문제일까?”
생각보다 많은 경우,
내가 굳이 이기지 않아도 되는 문제들이었다.
그리고 관계가 무너지지 않으면,
다음 회의에선 내 제안이 더 쉽게 받아들여졌다.
5. 설득은 말보다 타이밍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언제 말하느냐’다.
아무리 좋은 말도 회의 중 열기가 격해졌을 때 꺼내면
오히려 더 감정만 부딪히고 끝난다.
그럴 땐 일부러 말을 아끼고,
회의가 끝난 뒤에 조용히 다가가 말한다.
“아까 말은 못 했는데, 이런 방식은 어떨까 싶어서요.”
조용한 순간에 건넨 말이
격한 회의 속 말보다 훨씬 잘 전달된다.
타이밍만 바꿔도 설득의 성공률은 확실히 달라진다.
정리하며
회사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은
결코 일을 못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대부분은 상대방과 부딪히지 않고 의견을 잘 조율하는 사람,
즉, 말 한마디를 잘 쓰는 사람에게 붙는 말이다.
설득도 결국 말투와 순서, 마음가짐의 문제인 것 같다.
억지로 이기려 하지 않고,
상대의 입장을 한 걸음 먼저 들어주는 것.
갈등 없이 설득하는 사람,
결국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